한식 읽기 좋은 날
Vol 24. 추워야 제맛 '소한'과 '대한'
추워야 제맛 '소한'과 '대한'
추위 떨치는 음식으로 행복한 겨울나기
소한(小寒)은 절기로 '작은 추위'라는 뜻이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연중 가장 추운 절기로 손꼽힌다. 반대로 대한(大寒)은 '큰 추위'라는 뜻이 있지만, 소한보다는 덜 춥다고 전해진다. 둘 다 춥기는 매한가지겠지만 그래도 추위를 떨치는 음식이 있어 행복한 절기다.
추워도 기다려지는 1월의 절기
#소한 #정초한파 #역경 감내
'대한이 소한의 집에 가서 얼어 죽는다'라는 속담처럼 소한은 연중 가장 추운 절기다. 새해를 맞이하는 즐거움도 잠시 '정초한파(正初寒波)'에 옷깃을 여미지만, '소한의 추위는 꾸어다가도 한다'는 속담처럼 그래도 추위를 이겨냄으로써 어떤 역경도 감내한다는 옛 선조들의 굳건함이 담겨있다. 혹한에 대비하는 땔감과 먹을거리가 소한의 추위마저 반긴다.
#대한 #마지막 절기 #머지않아 봄
'소한의 얼음이 대한에 녹는다'는 속담처럼 우리나라에서는 큰 추위 대한이 작은 추위 소한보다 덜 추운 절기다. 24절기 중에 마지막 절기인 대한은 음력 12월 섣달에 들어 있으며 매듭을 짓는 절후이다. 연중 대미를 장식하고 새롭게 시작될 절기를 맞이할 대한. 여전히 춥긴 해도 얼음이 스르르 녹아내리면 어느새 입안은 봄의 기운을 애타게 기다린다.
1월의 식재료
추울수록 더 찾게 되는 음식이 있다. 마치 겨울의 보약처럼 정성을 다해 찾아 먹는 음식도 있고, 겨울이 아니면 맛보기 어렵다는 걸 익히 잘 알기에 겨울 별미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겨울이면 더 생각나는 시래기, 과메기, 곶감, 우엉, 코다리, 청어가 그런 음식이다.
하나. 겨울 보양의 대표주자 '시래기'
'겨울 무는 산삼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예로부터 무는 '밭에서 나는 인삼'이라고 불렸다. 싱싱한 무에서 나온 무청을 말린 시래기는 겨울철 부족한 비타민과 미네랄, 식이섬유소가 풍부한 건강 보양식으로 손꼽힌다. 오랫동안 푹 삶아 찬물에 우려낸 다음 된장을 풀어 시래기 된장국으로 먹으면 추운 날 속이 든든하고, 나물로 먹으면 겨울철 입맛을 돋운다.
둘. 겨울철 최고의 별미 '과메기'
과메기는 말린 청어를 뜻하는 '관목(貫目)'에서 유래한 말이다. '목'은 포항 구룡포의 방언으로 '메기'라고 발음해 관목→관메기→과메기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과메기는 청어나 꽁치를 얼렸다 녹였다 반복하면서 그늘에서 말린 것으로, 지금은 꽁치 과메기가 대부분이다. 김, 미역이나 다시마, 마늘, 고추, 초장을 곁들여 먹으면 겨울철 과메기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셋. 겨울의 운치를 더하는 '곶감'
예로부터 겨울 채비로 집안 곳곳에 주렁주렁 곶감을 매달았다. 완숙되기 전의 생감을 따서 껍질을 벗긴 뒤 꼬챙이에 꿰어 햇볕이 잘 드는 처마 끝에 매달아 두면, 겨우내 먹을 곶감이 완성된다. 곶감은 그대로 먹어도 별미지만 호두를 넣어 곶감 쌈으로 먹거나 수정과에 넣어 알싸하고도 달콤한 맛을 즐길 수 있다. 곶감만 있으면 우는 아이도 울음을 뚝 멈추는, 겨울철 달콤함의 대명사다.
넷. 겨울 식탁을 평정한 '우엉'
겨울이 제철인 우엉은 독특한 향과 아삭한 식감으로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우엉볶음부터 조림, 튀김, 샐러드까지 겨울 식탁에서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겨울철 식재료로 손꼽힌다.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당뇨병을 예방하고 풍부한 섬유소가 들어 있어 다이어트에 좋다고 알려져 있다. 요즘은 김밥 속 인기 재료로 각광받을 만큼 친숙한 식재료로 사랑받고 있다.
다섯. 찬바람이 불 땐 역시 '코다리'
코다리는 '명태(생태)의 턱 밑에 구멍을 낸 뒤 겨울철 찬바람에 반 건조시킨 것'으로 북어보다 촉촉하고 부드러우며 밑반찬부터 메인 요리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찬바람이 불 때 더 생각나는 코다리는, 양념을 발라 살짝 구워낸 코다리찜으로 즐겨 먹고 코다리를 얇게 썰어 조림으로 먹기도 한다. 생선류를 싫어하는 아이들도 새콤달콤한 코다리 강정 앞엔 장사 없다.
여섯. 겨울에 귀하디귀한 '청어'
청어는 과메기의 원래 재료였다. 하지만 1960년대 이후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든 이후 청어 대신 꽁치로 과메기를 만들어 먹기 시작하면서, 요즘은 더 만나기 힘든 귀한 몸이 되었다. 청어는 무침, 구이, 찜, 회, 조림 등 다양하게 즐길 수 있고, 살만 발라내 청어죽으로 먹거나 청어알 젓갈, 청어알 쌈장, 청어알 전, 알탕까지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추위와 함께 속 든든한 1월의 음식
시래기된장국 _ 추위야 물러 서거라!
시래깃국, 돼지고기 시래깃국 등 그 이름도 여러 가지이지만 된장에 무쳐 육수를 넣고 오랫동안 끓여낸 시래기된장국은 겨울에 그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 삶은 시래기를 된장으로 무친 뒤 멸치장국에 오랫동안 끓여내 각종 양념을 더한 시래기된장국이 가장 일반적이며, 지역에 따라(경상남도) 푹 삶은 돼지고기를 넣어 구수한 국물 맛을 내기도 한다.
코다리찜 _ 겨울철 입맛 돋우는 별미!
겨울철 입맛이 없을 때 담백하면서도 매콤한 음식이 떠오른다면 코다리찜이 제격이다. 명태를 반 건조한 코다리를 큼직하게 썬 무와 함께 고추장이나 간장으로 양념한 뒤 중불에 조려내면 코다리 살도 부서지지 않고 간이 적당이 배어 맛있다. 입맛에 따라 매콤한 양념을 더하면 겨울철 잃어버렸던 입맛을 되살리는 별미로 즐길 수 있다.
글 피옥희 에디터 사진 스튜디오트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