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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원떡집 안상민 대표 인터뷰

이달의 식문식답

2024/03/28 14:4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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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식문식답 70여 년 전통 방식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수제 떡 비원떡집 안상민 대표 인터뷰 "전통과 현대 사이에 다리를 놓는 마음으로 떡을 빚습니다"

서울 도심 속,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독특하고 아름다운 동네 가회동. 이곳에는 간판이 없는데도 아침부터 손님들로 북적이는 특별한 떡집이 있다. 바로 한국 전통 궁중 떡의 진수를 보여주는 '비원떡집'이다.

1949년 개점한 비원떡집은 ‘창덕궁의 숨겨진 보물’이라는 이름의 기원처럼 서울의 소중한 명소가 되어가고 있다. 2012년부터 13년 연속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된 데 이어, 미래세대에 전해야 할 근현대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아 서울시가 지정한 ‘서울미래유산’에 등록되기도 했다. 70여 년간 옛 제조 방식을 그대로 재현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떡을 선보이고 있는 비원떡집의 안상민 대표를 만나봤다.

비원떡집 전경
구분선

현대적 포장 방식에 녹아 있는 '비원떡집의 철학'

1949년에 문을 연 비원떡집은 홍간난 할머니로부터 시작해 현재 안상민 대표에 이르기까지, 3대에 걸쳐 이어져 오고 있는 전통 떡집이다. 조선왕조 마지막 궁중음식 보유자로부터 전수받은 귀한 궁중 떡 비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두텁떡, 단호박설기, 검정깨찹쌀떡 등 다양한 궁중 떡을 선보이고 있다.

평일 아침, 인적이 드문 시간임에도 비원떡집에는 외국인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하나씩 포장된 떡들을 손에 들고 맛있게 음미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장 방식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안상민 대표는 이러한 포장 방식에 대해 전통의 맛을 지키면서 누구든 부담 없이 즐기게끔 만들고 싶었다고 말하며, 떡 종류에 따라 포장지의 종류가 다른 이유를 설명해주었다.

비원떡집에서 판매중인 잣설기, 약식

“어떤 떡은 촉촉하고, 어떤 떡은 포슬포슬해요. 또 내용물이 묵직하게 들어 있어 손바닥으로 감싸듯 집어야 하는 떡이 있는가 하면, 베어 물기 좋게 좀 더 평평하게 포장해야 하는 떡이 있죠.”

사소하지만 포장 디자인을 바꾸고 젊은 사람들과 외국인 손님도 늘었다. 편의성과 디자인을 고려한 포장 방식에 대한 고민에서부터 ‘전통과 현대에 다리를 놓는다’는 비원떡집의 철학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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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노력과 최상급 재료, 비원떡집이 전통을 지키는 방법

비원떡집은 떡마다 자연스러운 멋이 나게끔 손으로 하나하나 모양을 잡고, 쑥, 단호박, 복분자, 대추, 흑미 등을 직접 우려 천연 색소로 활용한다. 70년 넘는 세월 동안 비원떡집이 대대로 소중하게 지켜온 전통은 무엇일까? 여기에 안상민 대표는 거창하게 지켜온 것은 없다고 말한다.

“단지 맛의 정수를 유지하기 위해 늘 하던 방식으로 정직하게 만들 뿐이에요. 노력이 많이 필요한 방식이지만 대대로 내려오는 맛을 변함없이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기에,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최대한 지키려 합니다.”

여기서 ‘늘 하던 방식’이란 임금님 상에 올릴 궁중 떡을 만들 듯, 쌀부터 모든 부재료를 국내산 최고급으로 공수하고, 손질부터 떡시루 찌기까지 모든 과정을100% 수작업으로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비원떡집 안상민 대표

구분선

역사를 간직한 기물들, 비원떡집의 나무떡살과 칼

비원떡집의 진열장 한편에, 한눈에 보아도 박물관에나 있어야 할 법한 오래된 유물들이 보였다. 그 중에서도 도장처럼 앙증맞고 예쁜데다 반질반질 윤이 나는 나무떡살은 한국 전통 떡을 만들 때 필수적인 도구로서 떡 무늬를 찍어내기 위한 판이다. 요즘에는 기계로 찍어낸 플라스틱 떡살이 많이 보이는데, 본래 전통 방식에서는 장인이 나무나 유기(錫) 같은 자연 소재에 한 땀 한 땀 조각해 만든다. 그래서 전통 떡살은 그 문양이 천차만별이며, 저마다 만든 이의 미적 철학을 담고 있다.

떡칼과 떡살

"떡칼과 떡살은 비원떡집의 2대조인 아버지께서 50여 년 넘게 사용해오던 물건들이에요. 의미가 있는 물건들이라 잘 간직해오고 있는데, 손님들에게도 흥미로울 것 같아 전시해놓았습니다.”

이 작은 기물들을 통해 비원떡집을 찾는 손님들이 한국 전통 떡의 깊이와 아름다움을 조금이라도 체감했으면 좋겠다는 안 대표의 바람을 느낄 수 있었다.

비원떡집 안상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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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님 잔칫상에 오르던 귀한 떡, ‘두텁떡’

비원떡집에서 가장 사랑받는 떡은 두텁떡과 잣설기다. 안 대표는 특히 두텁떡을 임금님 상에 오를 정도로 귀한 떡이라고 소개하며 더 많은 외국인 손님들이 먹어보길 바란다고 전했다.

두텁떡은 그 이름의 어감처럼 모양도 맛도 복스러웠다. 포슬포슬한 팥고물 옷을 두둑하게 입은 찰떡을 베어 무니, 상큼한 유자와 고소한 잣, 달콤한 대추와 밤이 한데 어우러져 입안 가득 퍼졌다. 비원떡집의 두텁떡은 일반 떡집과는 다른 독특한 맛이라고 평가받는 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오랜 시간 고수해온 전통적인 제조 방식이다. 두텁떡은 임금님 생일 상에 먹었던 떡인 만큼 궁중 떡 중에서도 제작 과정이 매우 까다롭고 시간과 수고가 많이 드는 떡으로 알려져 있다. 비원떡집은 매일 전통 방식 그대로 쌀, 팥소, 고물, 고명 등을 직접 빻고 볶고 재배합하며 전통 두텁떡 본연의 맛을 지켜오고 있다. 또 하나의 비결은 국내산 고급 재료에서 나오는 깊고 풍부한 맛이다. 안 대표는 무주의 호두, 가평의 잣, 고흥의 유자, 공주의 밤 등 전국 각지에서 상급 재료를 공수해 사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알아 두면 흥미로운 '두텁떡'에 대한 4가지 진실 1. '효심'을 상징하는 떡 고서에 따르면, 조선시대 정조의 어머니인 혜경궁 홍씨의 회갑 잔칫상에 올려졌다고 전해져 효심이 담긴떡으로도 알려져 있다. 2. '임금 탄신일'에 만들던 떡 궁중에서 잔칫날 만들던 두텁떡은 임금의 탄신일에 빠짐없이 올라가던 떡으로, 일반 백성들은 먹지 못할 만큼 재료가 비싸고 공이 많이 든다. 3. 두텁떡의 다른 이름 '봉우리떡' 보통 시루떡처럼 고물과 떡가루를 평평하게 묻히지 않고, 작은 보시기* 크기로 떠서 소복하게 안쳤다 하여 '봉우리떡'이라고도 불린다. *사발 그릇보다 크기가 작고, 김치 등을 담는 그릇 4. 전국 팔도 진미를 가득 담은 떡 두텁떡은 무려 10가지의 귀한 재료로 만들어진다. 비원떡집은 무주의 호두, 가평의 잣, 공Z주의 밤, 고흥의 유자 등 각 지역의 특산물을 재료로 사용한다.

⁠⁠⁠⁠⁠⁠⁠구분선

쫄깃한 찹쌀에 깊이 베인 달콤함, '단호박설기'

꼼꼼한 재료 손질을 위해 새벽 4시에 출근한다는 안상민 대표. 모든 공정이 수작업으로만 이루어져 지칠 법한데 안 대표에게선 지친 기색이 보이지 않았다. 그는 급하게 서두르거나 대강 타협하는 법 없이 완성된 떡 하나하나를 정성스레 진열했다. 고운 자태로 색색이 이어지는 떡 행렬에서 가장 마지막을 장식한 건 ‘단호박설기’였다.

단호박설기

남녀노소가 좋아하는 단호박설기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식감에 섬유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국내산 생 단호박으로 만들어진다. 떡 하나 하나에도 심혈을 기울이는 안 대표의 섬세한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박설기는 인위적인 맛을 피하기 위해 호박떡가루 대신 반드시 신선한 생 단호박만을 사용해요. 또 호박의 풋내를 잡기 위해 찔 때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비원떡집 안상민 대표

자신의 자리에서 전통을 지키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한국 문화의 보존과 전파에 기여하고 있는 비원떡집.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에 대해서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초지일관의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거창한 계획 보다는 70여 년간 항상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꾸준히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에요. 가족이 먹는다는 생각으로 매일 정성을 다해 떡을 빚는데, 이 정성이 고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전통 방식을 보존해 언제 먹어도 처음의 그 맛과 기억이 나도록 만들고 싶습니다.

단순한 떡 판매점을 넘어, 궁중 떡의 전통을 잇는 귀한 유산인 비원떡집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의 맛을 전하기를 기대해본다.

⁠⁠⁠⁠⁠⁠⁠안상민 대표 70여 년 역사를 자랑하는 궁중 떡 명가 '비원떡집'의 3대 주인장. 전통적인 제조법에 현대적 감각을 더한 명품 떡으로 젋은 세대와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떡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업무담당자
  • 담당부서: 디지털콘텐츠팀
  • 담당자: 신란희 02-6320-8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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