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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읽기 좋은 날

2021
43

Vol 46. 팥의 재발견

우리나라 대표 액막이 잡곡 ‘팥’ ─ 역귀와 액운을 몰아내고 더위와 추위를 떨쳐내다

팥의 즐거움

2021/11/29 20: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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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 이 붉고 단단한 잡곡의 위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우리 민족은 동짓날 팥으로 죽을 쑤거나 떡을 지어 먹으면 전염병을 퍼뜨리는 역귀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고, 대문이나 부뚜막 등 집안 곳곳에 팥알이나 팥죽을 뿌려 두면 찾아올 액운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실제로 나쁜 운을 몰아내는 영험함을 지녔는지는 알 수 없지만, 팥이 품은 영양만큼은 다양한 효능을 발휘하며 우리 민족의 몸과 마음을 지켜왔다. 


팥은 전래동화에도 종종 등장할 만큼 우리 민족에게 매우 친숙한 곡물이다. 
몇 년 전 강원도 양양의 선사유적지에서 발견된 7000년 전의 팥 흔적은 길고 긴 한반도 팥 재배의 역사를 가늠케 한다. 팥은 고소한 맛과 특유의 식감으로 다양한 음식에 활용되며 시대를 초월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아 오고 있는 잡곡이다. 

 

‘팥’ 하면 떠오르는 절기가 있다. 대설과 소한 사이, 진정한 ‘겨울에 이른다’는 동지(冬至)다. 동지는 양력 12월 22일이나 23일 무렵에 드는데, 과거 동양에서는 밤의 길이가 가장 길고 이후부터는 낮이 점점 길어지는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여겨 일 년의 시작으로 삼았다. ‘동지팥죽을 먹어야 진짜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라는 옛말은 설 다음 가는 ‘작은 설’로 일컬어지던 동짓날의 오랜 풍습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정월 초하루가 되면 맑은장국에 깨끗한 가래떡을 가늘게 썰어 넣고 끓인 떡국을 조상께 올린 뒤 이를 나눠 먹으며 한 해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한다. 설날 떡국이 이렇듯 음복의 성격을 지닌 것이라면 동짓날 먹는 팥죽은 여기에 잡귀와 음기 등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액막이 역할까지 더해진 것이다. 과거 민가에서는 동짓날 곱게 갈아 쑨 팥죽을 차례상에 올리고 각 방과 장독, 헛간 같은 곳에 두어 집안을 수호하는 가신(家神)에게 올린 뒤 식으면 온 식구가 나눠 먹었다. 사람이 드나드는 대문이나 문 가까운 벽에 팥죽을 뿌리기도 하는데, 이는 악귀를 쫓는 주술적인 행위다. 또 지역에 따라 동지팥죽으로 내년 농사의 성패를 점치기도 했는데, 날이 더워 팥죽이 쉬면 이듬해 농사가 풍년이라고 여겼다. 

 


태양이나 불, 피를 상징하는 붉은색은 예부터 ‘양’의 색이라 하여 ‘음’의 기운이 강한 귀신을 쫓고 액운을 몰아내는 힘을 지녔다고 믿었다. 이러한 믿음이 대표적인 붉은 잡곡인 팥에도 의미를 덧씌웠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동짓날 팥죽을 먹는 풍습이 전해 내려오는데, 붉은 팥이 액을 막아 준다는 믿음은 중국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그 시작은 중국 고전 <형초세시기>에서 찾아볼 수 있다. 
고대의 중국, 강을 다스리는 신 공공씨에게는 철부지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이 동짓날 죽어 천연두를 퍼뜨리는 역귀로 나타나 마을을 혼란에 빠뜨렸다. 이에 공공씨가 “아들이 생전에 팥을 싫어했다”고 말하자 마을 사람들은 팥죽을 쑤어 그를 물리쳤다는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서 비롯된 중국의 풍습이 언제 한반도에 전래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의 문헌인 <목은집><익재집> 등에 동짓날 팥죽을 먹는 내용이 담겨 있는 것으로 미뤄, 당시에는 이미 절식으로 정착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외에도 마을에 전염병이 돌 때 우물에 팥을 넣으면 물이 맑아지고 질병이 없어진다고 믿었으며, 자면서 땀을 많이 흘릴 때 베개 속에 팥을 넣기도 했다. 팥은 동짓날 팥죽뿐 아니라 어린아이의 백일이나 첫돌 상에는 수수팥떡으로, 사업·이사 등 중요한 행사에는 시루떡으로 다양하게 활용되며 평안한 일상을 기원하는 이들의 마음을 달랬다.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팥은 흉작기 우리 민족의 허기를 달래주던 구황작물이자 이웃 간의 정을 잇는 매개체였다. 과거 이웃집에 초상이 나면 팥죽을 쑤어 부조하던 문화가 있었는데, 이는 상가에 잡귀가 드는 것을 쫓고 슬픔에 잠겨 몸과 마음이 상한 상주의 건강을 염려했던 이웃들의 마음이 담겨 있다. 또한 <조선왕조실록>에는 영조가 동짓날 궁 밖을 나갔다가 환궁하는 길에 종로의 걸인들을 불러 팥죽을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실제로 팥에는 비타민 B1이 곡류 중 가장 많이 들어 있는데, 이는 몸의 에너지 대사에 관여해 무기력증이나 피로감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팥 속에 들어 있는 사포닌과 칼륨은 추운 겨울철 면역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고, 염분으로 인한 부기 제거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 이외에도 팥의 단백질 함유량은 우유의 6배, 철분은 우유보다 117배 많아 영양학적 가치가 매우 높은 식품이다. 이러한 팥의 효능을 일찍이 우리 조상들도 알고 있었다. <동국세시기> 삼복조에 ‘붉은 팥으로 죽을 쑤어 초복, 중복, 말복에 모두 먹는다’라는 기록으로 미루어, 조선 시대에는 팥죽을 복달임 음식으로 챙겨 먹던 풍습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팥죽에 찹쌀로 빚은 새알심을 넣어 먹었는데, 이는 팥의 찬 성질을 완화하고 위장을 따뜻하게 만드는 등 상호보완 효과를 꾀할 수 있어 좋은 음식궁합이다.  한편, 일제강점기를 지나며 일본의 제과 기술과 함께 우리나라에도 달콤함을 더한 팥소가 전해졌다. 이에 팥죽이나 팥밥과 같은 주식 외에도 팥빵이나 호두과자, 붕어빵, 국화빵, 팥빙수 등 간식에도 다양하게 활용되며 팥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친숙한 잡곡으로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맛은 물론 건강 면에서도 뛰어난 잡곡 팥, 무엇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에 그 인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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