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Vol 4. 가을과 겨울사이, 조선시대 회식자리 훔쳐보기
혼례음식 팝업 레스토랑
어제보다 쌀쌀한 기온이 어느덧 완연한 가을이 되었음을 알려옵니다.
<10월호 포커스 – 김상보 소장 X 유현수 셰프 인터뷰> 기억하고 계신가요?
지난 10월 11일, 2017 월드 한식 페스티벌의 일환으로 조선시대 민간 혼례음식 시식행사인 ”혼례음식 팝업 레스토랑”이 진행되었습니다. 행사가 진행된 유현수 셰프님의 한식 레스토랑 ‘두레유’로 가볼까요?
설레는 마음으로 안국역 2번 출구를 나와, 두레유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정갈한 한글 간판과 나무로 된 외벽 장식, 벽돌이 따뜻하게 맞아주네요. 행사를 알리는 간판을 지나쳐 레스토랑이 자리 한 2층으로 올라가 보았습니다.
한옥을 개조 한 듯 보이는 외관이 참 고풍스럽습니다.
입구에서는 두레유가 코리아 고메에 참여했음을 알리고 있었습니다. 코리아 고메는 9월 28일부터 10월 15일까지 진행되었는데요. 서울 곳곳에 있는 50개의 한식 레스토랑에서 특별한 메뉴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와~ 형형색색 화려함에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한지로 만들어진 이 꽃은 ‘상화’입니다.
하지만 이는 상화의 원래 모습과 차이가 있습니다. 혼례상 중 큰상에 올라가는 상화는 아래 사진과 같이 크고 높게 쌓아올린 음식에 꽂는답니다.
이러한 상화를 만드시는 분은 전국에 세 분밖에 남아있지 않다고 합니다. 혼례를 더욱 아름답게 빛내주는 상화 뒤에 이러한 어려움이 숨겨져 있었다니. 더욱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상화를 제작해주신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눈길을 사로잡는 또 한 가지! 한옥과 어울리는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입니다. 브라운 계열의 차분한 식탁보와 테이블 매트, 그리고 그 위에 놓인 놋쇠 수저. 아직 음식은 나오지도 않았지만, 인테리어만으로도 한식이 가지는 정갈한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윽고 한 상 메뉴가 차려졌습니다.'
메인 요리인 국수에 소고기잡채를 곁들였고 명태전과 셰프님이 직접 담그신 조선간장, 물김치가 함께 나왔습니다.
유현수 셰프님의 설명을 잠시 들어볼까요?
“조선시대에는 혼례식이 끝나면 신랑 신부와 축하객들에게 음식을 대접하였습니다. 그 때 받는 상을 <입매상>이라고 하는데요, 가장 주가 되는 것이 바로 ‘국수장국’입니다. 현대의 결혼식 날에도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국수 먹는 날’의 국수가 바로 이것이죠. 입매상의 국수장국에는 국수처럼 길게 오래도록 행복하게 살라는 숨은 뜻이 담겨져 있다고 합니다. 또한 그 옛날, 궁중이 아닌 일반 민가에서는 혼례음식에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을 사용하였어요. 현대의 조리법에 비해서 많은 시간과 정성이 들지만, 화려하지 않고 검소하게 차려졌답니다.”
한 눈에 봐도 먹음직스러워 보입니다. 소고기잡채에는 당면이 들어있지 않았는데요. 알고 보니, 1920년대까지만 해도 우리 조상님들은 당면이 아닌, 고기와 나물 그리고 계란 지단만으로 이루어진 잡채를 먹었다고 하네요. 또한 따뜻한 고기 육수에 메밀면이 어우러진 국수장국은 자극적이지 않고 담백하여 부담이 없었습니다. 굉장히 매력적인 맛이었어요. 여기에 물김치가 하얀 연기 속에서 멋지게 등장하였습니다. 모두들 준비된 음식을 맛있게 먹으며 그릇이 비어가는 걸 안타까워하였답니다. 후식으로는 곶감이 들어간 수정과가 나왔는데요. 계피 향이 은은하게 감도는 전통 음료 수정과를 끝으로 공식적인 식사가 끝이 났습니다.
돌아가시는 길에 허전하지 마시라고 한식재단에서 발간한 ‘하나 되는 약속의 상차림’과 ‘화폭에 담긴 한식’ 책자도 선물로 드렸습니다. 이번 행사와 더불어 이를 통해 우리 한식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가까워지시길 바래봅니다.
이번 달 ‘혼례음식 팝업레스토랑’에서는 사라져가는 우리의 전통혼례 문화와 그 속에 담긴 음식 문화를 재현해 보았습니다. 한식의 소중함과 위대함을 느끼고자 시식 참여를 통한 전통혼례음식을 함께 알아보았는데 즐거우셨나요? 정갈하고 소박하지만 정성이 듬뿍 담긴 전통혼례음식 속에서 담백하고 조화로운 옛 선조들의 숨결을 한 그릇 맛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필자의 의견으로, <한식진흥원> 의 의견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