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 읽기 좋은 날
한식 식재료의 진정한 가치
한식 대담
전통을 지키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한 한식 파인다이닝이 미식의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심에는 한식의 본질을 깊이 탐구하고 남들과는 다른 접근으로 한식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고 있는 셰프들이 있다.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윤서울'을 이끌고 있는 김도윤 셰프와 송홍윤 셰프는 발효와 숙성, 건조 등의 기법을 통해 한식의 고유한 매력을 파인다이닝으로 승화시키며 한식의 미래를 새롭게 그려가고 있다. 두 셰프가 말하는 요리 철학과 비전, 그리고 한국 식재료에 대한 진정성을 들어보았다.
Q: 한식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윤서울’을 운영하면서 가장 중점에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김도윤 셰프: 윤서울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원물 식재료 그 자체입니다. 발효, 숙성, 건조 과정을 통해 식재료 본연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장이나 젓갈, 장아찌 같은 우리의 전통 발효 음식을 활용하거나, 선조들의 조리법을 바탕으로 한식을 새롭게 표현하고자 합니다.
송홍윤 셰프: 윤서울은 지역 농가 등 식자재를 생산하는 분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여러 셰프님들과 전국을 돌며 건강한 식재료를 찾아 다니고 있습니다. 올해는 고사리, 죽순, 김 등을 구하기 위해 산으로 바다로 출장을 다녔고, 곧 지리산 청학동에서 곶감을 만들 계획입니다.
Q: 한식을 기반으로 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을 운영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도윤 셰프: 프렌치와 일식 등 다양한 요리를 경험해 왔지만, 한식을 선택하게 된 이유는 한국 식재료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었어요. 식재료는 건조, 숙성, 발효 등 가공 방법에 따라 텍스처와 맛이 완전히 달라지는데, 이러한 과정에서 한식을 연구하는 데 매력을 느꼈습니다.
송홍윤 셰프: 현대 사회에서는 음식의 질 보다 빠르게 많이 생산하기 위한 효율성이 우선시되는 경우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한식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우리 식재료를 연구하고 발전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윤서울의 요리에서 발효와 숙성, 건조가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송홍윤 셰프: 발효와 숙성, 건조는 한국의 전통적인 조리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핵심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식재료의 풍미와 텍스처를 극대화해주고, 한식의 고유한 매력을 한층 더 살려주죠. 장이나 젓갈, 말린 음식 등은 오래전부터 한국인의 밥상과 함께 존재해왔고, 한식을 발전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전통과 가치를 더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김도윤 셰프: 한 가지 재료로 다채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윤서울을 가득 메우고 있는 다양한 식재료들도 저희의 연구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어요. 예를 들어, 수십가지의 국산 깨와 들깨 샘플을 수집해 차이점을 비교하고, 다양한 온도에서 볶고 기름을 짜면서 어떤 요리에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죠.
Q: 메뉴를 구성할 때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김도윤 셰프: 학창 시절, 어머니가 사흘 동안 말려서 쪄낸 간재미찜 도시락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또, 가정 실습 시간에 담근 깍두기를 가족들과 함께 나눠 먹었던 경험 같은 일상 속에서 접했던 한식들이 지금의 요리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이런 소소한 기억들이 현재 윤서울의 메뉴를 구성하고, 한식을 재해석하는 데 큰 영감을 되고 있습니다.
Q: 식재료를 관리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경험이 있으신가요?
송홍윤 셰프: 발효는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이 발생하는데, 한 번은 메주를 발효시키는 중에 다양한 균들이 번져서 같은 공간에서 보관하던 식재료들을 모두 폐기해야 했던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발효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고, 식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더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 윤서울에서 실제 다이닝 메뉴에 활용하고 있는 식재료를 송홍윤 셰프가 소개하고 있다. 8년간 절인 산초 장아찌, 젓갈에 쓰이는 자리돔, 지리산 엄나무 순 장아찌, 발효 표고버섯, 건조 해산물 등.
Q: 앞으로 한식이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김도윤 셰프: 한식이 발전하려면 많은 사람들이 자주 접할 수 있는 음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식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자리 잡으면, 자연스럽게 발전으로 이어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우리는 그저 전통을 유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식의 가능성을 넓혀 나가고자 합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김도윤 셰프: 저희는 요리를 선보이는 것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한국의 다양한 식재료를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한식에 사용되는 전통 식재료와 조리법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기록하고자 합니다.
최근에는 제주 낙농업 전문가, 올리브 오일 소믈리에와 협력해 올리브 사료를 먹여 키운 젖소에서 우유를 생산해 런칭하기도 했어요. 건강한 사료로 키운 닭이 낳은 고품질 달걀 등 건강한 식재료를 만드는 데에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송홍윤 셰프: 저희는 지역에서 나는 식재료들이 소비자 식탁에 오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지역 농부들과 협력해 그들이 생산한 재료가 어떻게 요리로 활용되는지 함께 고민하고, 이를 통해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싶습니다.
Q: 후배 셰프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도윤 셰프: 인내심을 가지고 오래도록 요리를 해 나가겠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후배들과 훗날 협업할 기회도 있으면 좋겠고요. 저도 처음 요리를 시작했을 때는 관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일할 땐, 기존에 배웠던 기술을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해야 했던 경험도 있었죠. 요리에는 끝없는 배움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송홍윤 셰프: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보다는 꾸준히 오래 일할 수 있는 끈기와 각오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우고 덜어내는 과정을 즐길 수 있는 후배들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또, 한식을 요리하기 위해서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깊이 이해하는 것이 필수입니다. 한식은 기다림과 인내가 필요한 요리예요. 재료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것을 어떻게 요리에 녹여낼 수 있을지를 오래도록 고민해야 합니다. 한식 셰프로서 끊임없이 연구하고 배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